정인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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검은 흙과 흰 얼굴 | 정인택한국문학/한국소설 2019. 2. 27. 17:33
1 보슬비인 줄만 알았더니 역 밖에 내려서서 보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장마 때 모양으로 주룩주룩 쏟아졌다. “많이 오는군요?” 안내역으로 만척(滿拓) 출장소에서 보내준 김군이 앞서 대합실 처마 밑으 로 뛰어들며 당황해 하는 목소리다. 철수도 부산하게 뒤를 따라 껑충 뛰면서, “글쎄요……….” 우장을 꺼낼 생각은 채 못 하고 손수건으로 수선스럽게 어깨를 털고 얼굴 을 닦고나서, “탈 게 있을까요?” 겨우 숨을 돌리고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김군을 쳐다보았다. 무엇보다도 그것이 걱정인 양이다. 그러나 채 김군이 무엇이라 대답하기 전에 웬 시커먼 만주 사람이 그들 앞 으로 달음질 쳐 오며 고함을 지른다. 손짓하는 꼴이 그들을 부르는 모양이 었다. 말은 못 알아들었으나 철수는 직감으로 그것이 마차꾼인 줄 깨달았 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