방정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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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년 셔츠 | 방정환한국문학/한국소설 2019. 2. 7. 21:39
1 박물 시간이었다. “이 없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가?” 선생님이 두 번씩 연거푸 물어도 손 드는 학생이 없더니, 별안간 ‘옛’ 소리를 지르면서, 기운 좋게 손을 든 사람이 있었다. “음, 창남인가. 어디 말해 보아.” “이 없는 동물은 늙은 영감입니다!” “예에끼!” 하고, 선생은 소리를 질렀다. 온 방안 학생이 깔깔거리고 웃어도, 창남이는 태평으로 자리에 앉았다. 수신(도덕) 시간이었다. “성냥 한 개비의 불을 잘못하여, 한 동네 삼십여 집에 불에 타 버렸으니, 성냥 단 한 개비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야 하느니라.” 하고 열심히 설명해 준 선생님이 채 교실 문 밖도 나가기 전에, “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고 모여, 큰 홍수가 나는 것이니, 누구든 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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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구리 왕자 | 방정환한국문학/한국소설 2019. 2. 7. 20:36
옛날 옛적 아주 옛적, 어느 나라 임금 한 분이 잘 생긴 따님을 여러 사람 데리고 계셨었는데, 그 중에도 제일 끝에 막내따님이 어떻게도 몹시 어여쁘 고 곱게 잘 생겼는지, 그 따님이 방문 밖에를 나오면 세상이 더 환해지는 것 같아서 하늘에 계신 해님까지 부러워하는 터이었습니다. 임금님의 대궐 뒤에는 깊디 깊은 나무숲이 있고, 그 나무숲속 한가운데 커 다란 노목나무 밑에 조그만 샘물이 흘러서 깊은 웅덩이가 되어 있었습니다. 그래 그 어여쁜 막내 왕녀는 언제든지 나무숲 속으로 가서 그 샘웅덩이 옆 에 서늘하게 앉아 있었습니다. 그렇게 앉았다가 심심해지면 노오란 황금공 (黃金球)을 하늘로 치던지고, 밑에서 두 손으로 받는 장난을 하였습니다. 하루는 왕녀님이 치던진 공을 받다가 잘못하여 놓쳐서, 풀 위에 뚝 떨..